[뉴스AS] 포퓰리즘 산물 ‘주식 양도세’ 폐지에 ‘웃는 자’ 누구인가
이런 제안을 받기 몇 시간 전인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선 인수위 간사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인수위원들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인수위 경제 1분과 간사인 최상목 기재부 전 1차관은 “아직 최종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고요. 인수위원을 겸직하고 있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이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자에게 ‘묘안’을 구해야 할 정도로 인수위 내부에서도 고민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인수위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을 정책에 그대로 반영하길 주저하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을 허물고 부자 감세라는 논란이 뜨겁기 때문입니다.
코스피·코스닥 등 국내 상장주식을 거래할 땐 두 가지 세금을 냅니다. 주식을 팔 때 손익과 관계없이 누구나 매도 금액의 0.23%를 납부하는 게 증권거래세입니다. 특정 종목 지분율이나 보유액이 일정 기준을 넘는 ‘대주주’는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얻은 양도차익의 일정액을 양도소득세로 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양도세가 사라지면 당연히 세금 납부 의무가 사라지는 대주주가 혜택을 보게 되겠죠.
지금까지 국내 주식 관련 세금 정책은 ‘거래세를 축소하고 양도세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해왔습니다. 거래세가 과거 소득 파악 시스템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 양도세를 대신할 목적으로 도입한 한시적 성격의 세금인 만큼, 제도와 시장이 성숙한 지금은 거래세를 양도세로 대체하는 게 조세 원칙에도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내년부터 상장주식 거래로 번 돈이 연 5천만원을 넘는 소액주주(개미)에게도 양도세를 매기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거래세를 유지하고 양도세는 폐지’하겠다는 윤 당선자의 공약은 이런 흐름과 정반대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캠프는 같은 ‘유혹’에 빠졌다고 합니다. 개별 투자자 입장에서 몇 푼 안 되는 주식 거래세가 아니라 통 크게 양도세를 없애주겠다고 하면 표를 확 끌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도세가 사라지면 큰 손(대주주)들의 주식 투자가 늘어나 주가가 오르고 결과적으로 개미도 함께 이익을 볼 것”이라는 논리지요.
민주당에서는 부작용을 알기에 논의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국민의힘은 앞뒤 가리지 않고 공약을 내놓기에 이릅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 캠프에서 양도세 폐지도 검토했으나 너무 무리하다고 판단해 거래세 폐지를 공약으로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쪽은 “양도세 폐지 공약이 2030 청년들에게 먹힐 거라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마침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개인 투자자 수가 급증했고, 정작 주가는 지지부진한 탓에 이 공약은 표심을 제대로 파고들었습니다.
이런 포퓰리즘이 득세한 데는 과거 정부 잘못도 적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세수 펑크’(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는 것) 사태를 겪으며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범위를 기존 종목당 주식 보유액 50억원에서 10억원 이상인 사람까지 대폭 확대하고 세율도 끌어올렸습니다. 시장에 미칠 영향을 꼼꼼히 헤아리기보다 세금을 더 걷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주주를 가리는 기준일인 연말마다 주식 매도 물량이 쏟아져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주먹구구식 과세에 불신이 생긴 겁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애초 낮은 세율로 시작해 양도세를 순차적으로 매기지 않고 대주주 범위를 확 넓히는 식으로 과세를 확대한 건 잘못된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주식 양도세 전면 과세 시행 시기를 2023년으로 넘기며 정책이 180도 뒤집힐 계기를 마련한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주식양도세
윤 당선자 공약대로 주식 양도세가 사라지면 국내 증시도 ‘박스피’(주가 상승·하락 폭이 일정한 코스피)를 탈출해 큰손과 개미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물론 투자자에겐 양도세든 거래세든 세금이 없을수록 좋겠지요. 하지만 새 정부처럼 양도세를 없애는 대신 거래세를 유지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거래세도 양도세 못지않게 투자금 유입과 증시 활성화를 가로막는 비용으로 여겨지는 데다, 주식 거래로 돈을 잃어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수많은 개미들에게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영국·이탈리아 등도 거래세를 부과하지만 실효세율(실제로 부담하는 세율)을 따져보면 한국의 투자자들만큼 많은 거래세를 내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당선자 공약에 겉으론 난색을 표하는 기획재정부도 내심 미소 짓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시황에 따라 세수가 들쭉날쭉해지는 양도세보다 주식을 한 주 사고팔 때마다 세금이 따박따박 들어오는 간접세인 거래세를 ‘곳간지기’로서는 훨씬 선호하기 때문이죠.
포퓰리즘 공약의 ‘청구서’를 받아든 인수위는 이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만만찮은 누진세를 부담하는 ‘유리지갑’ 근로 소득자들의 박탈감은 어떻게 할 건지요. 양도세를 부담하고 있는 다른 자산 보유자들이 제기할 형평성 논란은 어떻게 돌파할 생각인지요. 조세정의를 훼손하지 않으며 주식 양도세를 폐지할 복안이 과연 있는지요.
‘10억∼100억’ 슈퍼개미 양도세 폐지…상위 0.2% 그들만의 감세
윤석열 정부가 100억원 이상 ‘초고액 주식 보유자’ 외에는 양도소득세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일반 개미 투자자들은 양도세 대상이 아니므로 ‘1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 주식 보유자들만 세금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 개인 투자자 중 양도세 부과 비중은 약 0.2%에 불과한데, 과세 대상이 더 줄면서 ‘슈퍼개미 혜택이 훨씬 큰 감세’가 되는 셈이다.
1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보면, “초고액 주식보유자(종목당 100억원 이상) 이외의 주식 양도소득세는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주식 투자 시 세금은 두 가지다. 주식 거래를 할 때마다 0.23%의 ‘증권 거래세’를 낸다. 그리고 이 중 일부 대주주만 수익에 대해 양도세(20~30%)를 추가로 납부한다. 한 종목을 시가 주식양도세 기준으로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지분율이 1% 이상(코스피 기준, 코스닥은 2% 이상)인 투자자가 대상이다. 2020년 말 기준 주식 양도세 대상은 약 2만7천명이다. 작년 말 기준 전체 개인 투자자 수는 1384만명이다. 코로나19 이후 투자 열풍으로 양도세 대상이 기존보다 다소 늘어날 것을 감안해도, 과세 대상은 전체의 약 0.2%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인수위는 대상 범위를 더 좁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개별 종목 보유 기준이 1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올라간다. 과제가 시행되면 현재 주식 양도세를 내는 개별 종목 ‘10억원 주식양도세 이상~100억원 미만’ 주식 보유자들의 세금은 없어지게 된다. 과세 대상이 훨씬 쪼그라드는 것이다. 개미가 아닌 ‘슈퍼 개미’만을 위한 감세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오랜 기간 정치권과 정부가 추진해온 금융 세제 개혁과제를 ‘역행’한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세는 문재인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도 논의됐던 문제다. 투자자들이 볼 때 ‘증권거래세’와 ‘양도세’가 이중 부과되는 것 같지만, 두 세금은 도입 취지와 대상 범위가 다르다. 증권거래세는 투자 손익에 상관없이 거래 행위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기본원칙을 위해 도입된 제도는 아니다. 거래 비용을 증가시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버블 및 시장 변동성 감소에 기여하는 측면이 크다. 사실상 조세 원칙에 맞는 세금은 양도세다. 세계적으로 미국, 일본, 독일은 증권거래세 대신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양도세는 일부 대주주에게만 부과되고 있으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상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측면에서 정치권과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확대하는 방안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의원이던 2019년 증권거래세 폐지와 양도세 부과 등으로 ‘과세체계 일원화’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또한 추 부총리 등 정치권과 정부는 흩어져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묶어 손실과 이익을 통산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오는 2023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오랜 논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주식 양도세 폐지’를 약속하면서 어그러졌다. 윤 대통령도 애초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했으나 ‘표심’을 고려해 양도세 폐지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입장에서는 주식 양도세를 폐지할 경우 대주주라는 일부 특권층에 대한 세금까지 통째로 날아가기 때문에 ‘100억원 이상 대상’이라는 누더기 보완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전직 정부 관계자는 “현재 제도에서 주식 양도세만 폐지할 경우 부자들을 위한 세제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보완책 고민에 속앓이가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억 미만 주식 양도세 면제…1주택자 종부세 2017년 수준으로
윤석열 정부가 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현재 종목당 1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 보유자로 좁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일반인(소액주주) 대상 주식 양도세 부과를 2년 유예하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일단 2년 유예 후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히 오른 종합부동산세율도 2017년 수준으로 되돌려 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달 만든 ‘국정과제 이행계획’ 자료를 보면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세제 개편안을 올해 추진하기로 했다. ‘대외주의’라고 표시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100억원 이상 초고액 주식 보유자로 제한할 방침이다. 현재 주식 양도세는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했거나 지분율 1% 초과 주주(코스피 기준, 코스닥은 2% 초과)에게 부과된다. 연말에 이 기준을 넘으면 이듬해 1년간 주식 매각 시 양도세가 부과되는 방식이다. 이를 종목당 100억원 이상 보유자로 조정하면 주식 양도세 과세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
정부는 2000년 ‘지분율 3% 이상 또는 지분 총액 100억원 이상’ 보유자를 대주주로 분류해 양도세를 내게 한 이후 지속적으로 대주주 범위를 확대해 과세 대상을 늘려왔다. 2013년에는 주식양도세 ‘지분율 2% 또는 50억원 이상’ 보유자에게도 양도세를 과세했다. 이후 2016년 ‘1% 또는 25억원 이상’, 2018년 ‘1% 또는 15억원 이상’이었다가, 2020년 ‘1% 또는 10억원 이상’ 순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 주식 양도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추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때 당초 내년부터로 예정된 주식 양도세 부과(양도소득세 5000만원 초과 시)를 2년 유예하겠다고 했다. 주식 양도세 폐지에 대해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일자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다.
주식 양도소득세 조정은 세법 개정 사안으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 시점을 우선 유예하고 대주주 기준을 완화한 뒤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세제의 경우 문재인 정부 출범 때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히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율을 2017년 이전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올 하반기 세법 개정안에 포함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종부세율은 주택 수에 상관 없이 0.5~2.0%였다. 그러다 2019년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율이 도입되며 1주택자 세율도 덩달아 0.5~2.7%로 올랐다. 지난해에는 0.6~3.주식양도세 0%까지 치솟았다. 이를 0.5~2.0%로 낮추는 걸 인수위는 검토했다. 1주택자면서 고령자는 주택을 매각하거나 상속하기 전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할 방침이다.
종부세와 재산세를 산정하는 데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제도도 손질한다. 최근 4년 동안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추진하던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올해 11월까지 연구 용역을 마친 뒤 내년도 공시가격부터 새 로드맵을 적용해 공시가를 발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올해 상반기 종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19년 85%에서 2020년 90%, 지난해 95%로 꾸준히 인상돼왔다. 윤 대통령은 올해 100%로 올라갈 예정이던 비율을 95%로 동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정치권에선 2019년 수준인 85%까지 낮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규제지역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누진 과세도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규제지역 2주택은 8%, 3주택 이상에는 12%의 중과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퇴직소득세는 근속연수에 따라 공제금액을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5년 이하 근속자는 매년 30만원, 20년 초과 근속자는 매년 120만원을 공제하는 주식양도세 방식이다.
강진규/양길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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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중대재해법 개정"…윤정부 '노동정책 마스터플랜' 윤곽
지난 4월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가 11일 공개됐다. 기존 공약집이나 110대 국정과제에 비하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의 방향성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다만 '유출' 형식으로 공개됐고 대통령실 관계자도 "최종본은 대폭 수정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하더라도 정책 추진 일정과 기한, 구체적인 추진 방식에 대해서도 간략하게나마 언급을 하고 있어 상당부분 참고할만하다. 또 최종본에 포함됐다면 상당한 이슈가 될 만한 주식양도세 내용도 담겨 있다. ◆중대재해법, 총선 이후 개정?정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중대재해법 시행령과 중대재해법에서 내용을 상당 부분 준용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하반기 내에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내용이 모호해서 기업의 중대재해법 준수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었던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명확하게 정비한다는 방침이다.이같은 내용의 시행령 개정은 지난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나 공약집에도 담긴 바 있어 새로울 것은 없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정부가 중대재해법을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시행령이다. 시행령은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안에 완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다만 눈에 띄는 부분은 '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 부분이다. 안전보건 관계 법령은 중대재해법에서 경영책임자가 지켜야하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중 하나다. 이를 준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때문에 '관계 법령'이 정확하게 어떤 법령을 일컫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경영계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았다.이행계획서는 '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에 관한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국회에 제출한다는 의미는 시행령 개정에 그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한으로 밝힌 2024년도 공교롭게 총선이 이뤄지는 해인만큼, 여소야대 해소 이후 중대재해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미인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진다. ◆"선택적 근로시간 확대"…내년 근로기준법 개정 추진근로시간과 관련해서는 '선택적 근로시간 정산기간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율적 근로시간 선택제 확대'가 추진된다. 특히 이를 위해 필요한 근로기준법 개정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 시선을 끈다. 그간 선택적 근로시간 정산기간은 최대 1개월 단위로 총 근무시간 범위 내에서 1주나 1일의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1개월 이내의 단위기간, 의무 근로시간대 등을 근로자 대표 등과 서면합의 해야 한다.단위 기간을 확대하게 되면 서면 합의 등의 제약이 줄어들고,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방식이 가능해 진다. 다만 이는 법개정 사항이라 여소야대 형국에서는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돼 왔다.하지만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정부는 늦어도 내년에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라 눈길을 끈다. ◆직무급제 시동…"입법으로 추진"직무급제 도입에도 시동을 건다. 올해 하반기에는 우선 직무와 직업별 임금정보 제공을 강화한다. 직무에 따른 임금을 투명하게 밝혀 직무급제 도입에 마중물을 붓겠다는 방침이다. 이후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을 내년까지 마련·보급한다. 기업의 인사·조직관리를 직무중심으로 전환 유도한다는 의도다. 이 과정에서 재작년부터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서 도입된 직무급제가 참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2024년에는 임금체계 개편 절차를 명확하게 하고, 직무급제 도입을 '입법'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비교적 디테일한 플랜을 고려하면 직무급제 도입에 대해 윤정부가 '진심'이라는 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한편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세대 상생', '정년연장' 등을 추진하려면 기존 호봉제 폐지와 직무급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임금 체계 개편 없는 정년 연장은 기업의 부담만 늘리게 돼 청년세대와의 상생이 불가능해 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임금 체계 개편은 현행법상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변경이 필요하다. 현행 노사관계법에 따르면 노조나 근로자 대표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 결국 노사 갈등을 줄이고 직무급제를 사업장에 연착륙 시킬 수 있는 '개편 절차' 도입이 어떤 방식으로 '입법' 사항에 포함될 지도 관건이다. 곽용희 기자 [email protected]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결국 내년으로
윤석열 정부가 민간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내년으로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규제 완화 기대로 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할 조짐을 보이자 부동산 공약 이행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11일 입수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을 내년 상반기 개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1170쪽에 달하는 이행계획서는 인수위의 국정과제 발표(5월 3일)에 앞서 지난달 작성됐다.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으로 꼽히는 안전진단 규제 완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부동산 공약이다. 법 개정 없이 국토교통부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가능해 이르면 상반기 추진될 것으로 기대됐다.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의 내용이 포함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도 내년 이후로 미뤄진다. 인수위는 이행계획서에서 “임대차 제도 개편을 위해선 임대차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입법 여건상 단기간 내 개정이 어렵고, 개편 발표 후 개정 전까지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 시행 후 2년이 되는 오는 8월 갱신청구권 만료에 따른 시장 상황 등을 모니터링한 뒤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정부는 앞서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에 대해서도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신도시 주민들이 ‘공약 뒤집기’라며 반발하자 “재정비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다른 부동산 공약은 법안 발의·개정을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올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장 안정을 위해 어느 정도의 속도 조절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대통령실은 이날 이행계획서와 관련, “인수위가 새 정부에 건의한 과제의 실무적 차원의 계획서”라며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 내용 외에 추가로 설명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이유정 기자 [email protected]
'15억 아파트 대출제한' 올해 안에 안 풀린다
윤석열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청년·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 LTV를 80%까지 풀어주는 등의 규제 완화안을 올해 안에 추진할 전망이다. 하지만 규제지역에 대한 LTV를 ‘일괄 70%’로 낮추는 방안은 ‘금리 인상과 주택 시장 불안, 경기 불확실성이 크다’며 내년 중 추진 과제로 남겼다.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이 이행 계획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다소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11일 입수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 문건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청년·생애 첫 주택 구입 가구의 LTV 상한선을 60~70%에서 80%로 높이는 방안과 주택연금 대상자를 확대하는 안을 금융위원회가 올해 안에 추진해야할 과제로 꼽았다. 인수위가 지난 3일 발표한 국정과제에 대한 이행 일정과 구체적 방안을 담은 이 문건은 지난 4월 작성됐다. LTV 규제 완화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동력으로 삼아 집권한 새 정부의 주요 공약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초강력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서민과 실수요층인 청년이 사실상 주택 구매가 불가능해졌다는 비판에 따라 공약에 포함됐다. 문건에 따르면 청년·생애최초 주택 구입 가구 외 다른 가구의 LTV를 일괄 70%로 낮추는 안과 다주택자의 보유 주택 수에 따라 LTV 상한을 40%, 30% 등으로 차등화, 완화하겠다는 계획은 ‘2023년 합리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그마저도 ‘가계부채 및 주택시장 상황을 봐가며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1주택자에 대한 LTV를 70%로 완화하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막고 있는 현 규제를 폐지하는 효과가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되는 상황을 우려해 ‘합리화’, ‘시기 조정’ 등의 단서를 단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문건에 따르면 새 정부는 청년 주택구매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가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50만호를 공급키로 했던 ‘청년 원가주택’과 연계한 대출 상품을 신설하는 방안, 청년 전용 청약통장에 우대금리를 지급,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청년, 신혼 부부 대상 정부보증 전세자금 대출인 버팀목대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수도권 2억2000만원, 비수도권 1억8000만원인 한도를 늘리거나 소득 기준을 완화하는 게 유력하다. 공약사항이었던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저리 대출 등은 국정과제에선 최종적으로 빠졌지만, 이를 보완하는 방법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지’로 가닥을 잡은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청년 층의 LTV 규제 완화 효과를 제약하지 않도록 DSR 산정 시 청년을 우대해주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청년, 신혼부부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만기도 현 ‘최장 40년’에서 ‘최장 50년’으로 늘어난다.김대훈 기자 [email protected]
주식 양도세 폐지 대상서 100억원 이상 보유자 제외된다
사진=한경DB 윤석열 정부의 금융당국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을 개별종목 주식을 100억원 어치 이상 보유한 초고액 주식보유자로 좁히고, 이를 제외한 개인투자자에 대한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상장사가 대주주의 주식 거래로 인수·합병될 때는 소액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 등이 포함된 자본시장 분야 국정과제 이행계획을 세웠다.
우선 개인투자자에 대한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과제는 개별 종목 주식 100억원 이상의 초고액 주식 보유자를 제외하고 추진될 예정이다. 다만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체계 조정은 세법을 개정해야 하기에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 현행 법 상으로는 내년부터 대주주 과세 체계가 폐지되고 대주주 범위에 상관 없이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투자자는 세금을 내야 한다.
증권거래세는 적정수준에서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공매도와 관련한 개인과 외국인·기관 사이의 형평을 맞추는 한편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우선 개인이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릴 때 적용되는 140%의 담보배율을 기관·외국인에 적용되는 105%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인하할 계획이다. 또 주가 하락이 과도할 경우 일정 시간 공매도를 금지하는 ‘공매도 서킷 브레이커’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최고경영자(CEO) 등 내부자가 지분 매도 시 처분 계획을 사전에 공시하는 '내부자 무제한 지분매도 제한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자회사를 물적분할한 뒤 주식양도세 상장할 때 모회사의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주주 보호 장치 심사도 강화된다. 여기서 주주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금융당국이 자회사 상장을 제한하는 조치도 검토된다.
인수·합병 등에 따른 주식 양수도로 상장사 경영권이 바뀔 경우 지분율이 1% 미만이거나 액면가 3억원 미만의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밖에 인수자로 나선 새 대주주가 소액주주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제도 신설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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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용산-서초 퇴근길 9분 소요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에서 서초구 자택까지 퇴근길도 10분이 걸리지 않아 큰 교통 혼잡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차량 통제가 이뤄져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윤 대통령은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공관 공사가 끝날 때까지 한 달 가량 서초구 자택에서 용산 집무실까지 7km 거리를 출퇴근할 계획이다.이날 윤 대통령이 퇴근할 무렵인 오후 6시30분께가 되자 용산 집무실에서 나오는 통로인 미군기지 13번 출구 쪽과 윤 대통령 자택이 있는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인근에는 교통관리를 맡은 경찰과 사복을 입은 경관들이 배치돼 사전 작업에 나섰다.윤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오후 6시45분께 미군기지 13번출구로 나오자 경찰들은 약 1분동안 일대 교통을 통제했다.같은 시각 아크로비스타 앞 도로변에는 간이 울타리가 설치됐고, 경찰들이 경광봉을 흔들며 교통관리를 시작했다.윤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은 오후 6시52분께 아크로비스타 인근에 나타났고, 6시53분께 윤 대통령이 자택에 도착했다.경찰은 출퇴근길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선과 신호 관리 등을 다변화해 당일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첫날은 출퇴근 모두 반포대교를 건넜지만, 앞으로 동작·한남·한강대교 등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재건축안전진단 완화 공약해놓고…尹 정부 "내년에나 가능"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가 내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내년 상반기에 추진하기로 적시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는 공약에 포함된 다양한 재건축 활성화 방안들 가운데 법을 개정하지 않고 국토교통부의 조례개정으로 시행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다시 들썩이는 상황 등을 감안해 안전진단 기준 완화시기를 뒤로 미룬 것으로 해석했다. 앞서 국회인사청문회에서 국토부장관 후보자인 원희룡 전 의원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신중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인수위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내용이 포함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도 속도 조절을 할 계획이다. 계획서에는 “단기간 내 개정이 어려운 반면, 개편 발표 후 개정 전까지 단기 시장 불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전월세 시장이 안정세이므로 2022년 8월 전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안을 검토한다”고 제안했다. 분양가상한제 개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대부분의 부동산 공약은 올해 하반기에 법안 발의·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일정이 주식양도세 짜여 있다. 다만 종합부동산세 개정 추진은 2023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 계획서는 인수위가 지난 4월 말 국정과제 발표를 앞두고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인수위가 새정부에 건의한 과제의 실무적 차원의 이행계획서”라며 “최종안도 아니고 시장 변화 등에 따라 주식양도세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email protected]
국정원장에 외교관 출신 김규현 지명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새 정부의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명했다.김 후보자는 경기고와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대학 재학 중 외무고시(14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외교부 북미1과장, 북미국 심의관, 주미 대사관 참사 및 공사 등을 거친 정통 북미 라인 외교관으로 꼽힌다. 모르몬교 신자로 자기 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알려졌다.노무현 정부에서 국방부 국제협력관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 간 국방 현안을 다룬 경력이 있다. 박근혜 정부에선 외교부 1차관과 국가안보실 1차장, 대통령 외교안보수석 겸 국가안보실 2차장 등 주요 요직을 지냈다.직업 외교관 출신이 국가정보원 수장으로 발탁된 것은 1999년 출범 이후 두 번째다. 역대 정부의 국정원장은 주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측근이나 군 및 법조인 출신이 주로 기용됐다. 이번 지명은 전문성과 국제적 안목을 갖춘 안보 전문가를 정보수장으로 앉히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해외·대북정보 수집 담당인 국정원 1차장에는 권춘택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이 내정됐다. 국정원 공채 출신인 권 사무총장은 국정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해외파트 등에서 근무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지냈다.김동현 기자 [email protected]
결국 폐지 유예된 '주식 양도세', 증권가도 혼란가중
전면 폐지 공약했지만 갑자기 "시장 준비 안 돼"
전산 작업·컨설팅 들어간 증권사들 혼돈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 폐지에 대한 차기 정부의 엇박자에 증권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 후보 시절 기존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을 번복하면서까지 약속한 게 주식 양도세 폐지였는데 결국 이를 미루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다.
당초 내년 주식 양도세 시행에 맞춰 전산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던 증권가는 선거 이후 윤 당선자의 공약을 의식한 듯 관련 작업 진행을 일부 늦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시 '유예' 입장이 나오면서 재추진 여부를 두고 혼란에 빠졌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비즈니스워치
전면 폐지서 유예로…도입 반년 앞두고 후퇴
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소액주주에 대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점을 2년 정도 유예해 주식시장에 좋은 자금이 들어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입하기에 아직은 투자자와 시장의 수용성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의 공약에서 한 발 후퇴한 것이다.
그런데 이튿날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다시 주식 양도세 폐지가 담겼다. 시행시기의 차이로 볼 수도 있지만, 자본시장이 민감해하는 사안인 '과세'에 대해 하루 새 또 다른 입장이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추 후보자는 당일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에 참석해 "금융투자소득세를 2년 정도 유예하고 상황을 지켜보며 그 이후에 제도 시행에 관해 봐야겠다"고 했다.
당장 8개월후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세는 5000만원 이상의 금융투자 수익에 대해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주식투자자라면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합산 손익이 5000만원 이상이면 20%, 3억원 초과시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앞서 여기에 제동을 건 게 윤석열 당선자다. 그는 후보 시절 "큰손이나 작은 손, 일반 투자자를 가릴 것 없이 주식 투자 자체에 자금이 몰리고 활성화돼야 일반 투자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주식 양도세 전면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정부 출범 직전인 이달 들어 갑자기 시행을 유예한 것이다.
시장·증권가 일제히 당혹
시장은 물론 증권가는 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요 주식 게시판에서는 벌써 "공약이 공약(空約)이 되는 게 아니냐", "또 말이 바뀐다. 헛된 꿈에서 깨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이라는 자조가 나온다.
주식 양도세 도입 시기나 폐지 여부에 따라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증권사들로서는 혼란만 더 커졌다. 예를 들어 주식 양도세가 도입되면 증권사는 투자자가 가진 복수 금융회사 계좌의 손익을 합쳐 원천징수 처리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이를 가능케 하는 전산 시스템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연초만 해도 내년 주식 양도세 도입을 가정해 법무법인에 컨설팅을 의뢰하고 전산 시스템을 구축할 채비를 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 이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대부분은 (주식 양도세 부과와 관련해) 원천징수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을 이미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투입한 비용만 수십억원인 증권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식 양도세) 폐지와 유예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면서 관련 작업이 지지부진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장 실무자 입장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로 다가온다"며 "폐지로 가닥이 잡혔다면 그 시기를 확실히 해주고 뒤집지 않아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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