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 통화스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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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류난영 박은비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공식 방문한 가운데 한·미 양국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어떤 협력 방안을 내 놓을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한 만큼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통화동맹을 맺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21일 대통령실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갖는 가운데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협의가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실질적으로 논의는 진행된다고 알면 된다"며 "재정, 금융, 외환시장 안정 등 어떤 위기에도 한·미 양국이 원활하고 신속하게 협력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순수하게 경제적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만 '스와프'라는 용어를 쓴다"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한데 취임 10일 만에 그 단어를 쓰는 건 무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와프라는 용어는 쓰지 않겠지만 다른 용어를 쓸 수 밖에 없다"며 "이에(통화스와프) 준하는 한·미간 달러 교환 관련 실직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다. 미 달러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9%를 넘어서는 등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위기 국면에서 외화자금 조달이 급할 때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와 체결했던 600억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됐다.

금융 시장 안팎에서는 지난해 말 종료된 일시적 통화스와프의 재개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체결 자체만으로도 위기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금융위기 상황이 아닌 만큼 무리하게 통화스와프를 추진할 필요도 없다.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를 지냈던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초빙교수도 "현재 우리 경제가 멀쩡한 상황에서 '스와프'라고 하면 외환시장이 위기가 있는 것처럼 들려 시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당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을 때는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 우리 뿐 아니라 전세계 9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었다"며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려면 국내 은행이 달러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하는 상황이 나타나야 하는데 현재 달러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한미 양국이 '상설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통화동맹을 맺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상설 통화스왑 영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스위스, 캐나다 등 전세계 주요 5곳과 상시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이들과 같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시 개념의 통화스와프를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다. 예켠데, 스와프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양측 정부가 협력을 통해 위기시 달러와 원화를 교환하는 방식도 나올 수 있다. 상설 통화스와프는 위기 때 맺는 것이 아닌 만큼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빠졌다'는 오해를 심어주지 않을 상설 통화스왑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상설 통화스와프는 위기시 금융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맺어 놓을 필요가 높다"며 "통화스와프와 달리 항상 유지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위기시에 체결되는 개념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태수 교수는 "우리와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영국, 스위스, 일본 만큼 큰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잘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 견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키로 한 만큼 우리가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받아내야 한다"며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상설 통화동맹을 맺거나 그게 어렵다면 6개월 동안 600억 달러를 빌려주는 통화스와프의 기간을 더 늘려 5년으로 가져져간다 든가 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다면, 원화가 이들 통화와 똑같이 취급 받을 수 있는 것인 만큼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가능성이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는다"며 "일시적인 통화스와프는 괜히 위기로만 보일 수 상설 통화스왑 있기 때문에 안 하느니 못하다. 결국은 상설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어떤 디테일이 나올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원화가 상설 통화스와프을 맺은 여타 국가들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 받지 않고 있는 만큼 상설 스와프를 체결한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른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수출 대금 결제에서 원화가 활용되는 비중이 2.4%에 불과한 등 전세계 20위 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상설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 심리를 개선해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면서도 "미국은 상설 통화스와프를 국제통화를 가진 국가들과만 맺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공동선언문에 '한미간 달러와 원화 교환 등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의 내용만 넣고, 양국 중앙은행 간 실무 논의를 이어가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로 민감할 수 있는 단어를 배제하되, 실익은 상설 통화스왑 얻을 수 있는 차원에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통화스와프 종료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활용하기로 한 '상설 임시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의 거래한도를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거래한도는 600억 달러다. FIMA 레포제도는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때 한은이 외환보유액의 일부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담보로 제공하면 연준이 달러화를 공급하는 합의다. 미 국채를 시장에 매도하지 않고 달러를 조달할 수 있어 달러 유동성 조달 창구 역할을 한다. 2020년 3월 31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가 지난해 7월 상설화했다. 하지만 실제 이 방안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은은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FIMA 레포기구 자금을 사용하지 않았다. 강태수 교수는 "담보까지 주면서 돈을 빌릴 필요도 없지만 이를 사용하게 되면 시장에서 얼마나 급하면 이런 자금도 쓰느냐는 식의 '주홍글씨'가 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일 교수도 "레포 자금을 사용하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시장을 안정적으로 보기 힘들 수 있다"며 "한국이 그 정도로 불안한가 생각할 수 있으니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등 위기때마다 원화 급락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 왔지만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5개국들도 달러 강세 대비 자국 통화 약세가 크거나 비슷해 환율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9일(현지시간) 종가 (102.918) 기준으로 지난해 연말 대비 7.66% 뛰었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가 11.10%로 가장 큰 폭 하락했고, 영국 파운드 8.58%, 유로화 7.48%, 스위스 프랑 6.58%, 캐나다 달러 1.46% 절하 됐다. 캐나다의 경우는 4월 0.5%포인트 빅스텝을 단행했고, 6월에도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여타 통화대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강태수 교수는 "상설 통화스와프는 환율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경제 안보 차원에서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는 증표로 통화동맹 차원에서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는 "글로벌 강달러 추세이고,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 국가들도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통화스와프가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추가 상승을 막는 역할은 할 수 있다"며 "통화스와프 외에는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있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韓 아닌 美 원해야 가능…통화스와프의 정치학 [조지원의 BOK리포트]

서울 중구 명동 KEB 하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살펴보고 있다./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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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 KEB 하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살펴보고 있다./성형주기자

중앙은행끼리 급할 때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통화스와프’는 최고 수준의 금융협력으로 꼽힌다. 위기 상황을 대비해 평소 쌓아두는 외환보유액이 적금이라면 통화스와프는 마이너스 통장이다. 계약을 체결해 놓고 필요한 때 언제든지 쓸 수 있기 때문에 외환보유액과 달리 보유 비용도 들지 않는다.

그런 만큼 국제통화기금(IMF)은 통화스와프가 다른 금융안전망 대비 속보나 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고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캐나다와 상설 통화스왑 사전 한도가 없는 상설 통화스와프를 포함해 중국(590억 달러), 스위스(106억 달러), 인도네시아(100억 달러), 호주(81억 달러), UAE(54억 달러), 말레이시아(47억 달러), 터키(20억 달러) 등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최근 다시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원·달러 환율이 1270원을 돌파하는 등 시장 불안이 나타나면서다. 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통화스와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직후 외환시장이 안정된 사례가 있다.

문제는 양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흥국은 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선진국은 협력 증진 또는 자국 통화의 국제화를 위해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 이게 맞지 않으면 원하는 국가와 받아주는 국가라는 역학관계가 분명해진다. 특히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은 통화스와프를 맺고 싶어 하는 국가가 많아 연준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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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AFP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체결했던 두 번의 한미 통화스와프 모두 세계 경제 위기 상황에서 연준 주도로 성사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달러 유동성이 크게 부족해지자 연준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14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달러 유동성을 공급했다. 당시엔 신흥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까지 달러를 공급받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도 안전자산이 달러 수요가 급증하자 연준이 적극적으로 나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9개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한은 관계자는 “연준이 체결하는 통화스와프는 일방적으로 달러를 공급하게 되기 때문에 연준이 어쩔 수 없이 주도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설 통화스와프는 더욱 어려운 문제다. 미 연준이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중앙은행은 영국,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 스위스 등 5개국뿐이다. 2013년 10월 이후 상호 간 통화스와프를 무제한·무기한으로 상설화해 운영 중이다. 이외 국가들은 위기 상황마다 한시적으로 체결해 조금씩 연장하다가 필요성이 사라지면 여지없이 중단한다. 이마저도 1개국만 하는 것이 아니라 10여곳과 동시에 맺는다.

한은은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넘어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려면 무엇보다 원화 가치 제고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규모 기준 세계 6위지만 국제결제에서 원화가 활용되는 비중은 20위권 밖이다. 세계 외환거래에서도 원화는 12위이고, 통화별 외환보유액 순위에서도 원화는 0.8%로 8위 수준에 그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인사청문회에서 “미국과 상설 스와프를 가진 나라들은 전 세계적인 금융 허브라고 하는 국가들”이라며 “우리나라 상시 스와프가 되기 어려운 상태에서 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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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정치·외교적인 거래를 통해 상설 통화스와프가 체결될 가능성도 작다는 평가다.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만한 반대급부를 미국 측에 제시해야 할 뿐 아니라 연준도 자국 내 여론을 살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여론 역시 통화스와프 체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지난해 8월 한은이 터키 중앙은행과 20억 달러(2조 3000억 원·175억 리라)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자 한은이 실익이 크지 않은 일을 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한은은 결국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1조 원 손실을 봤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미 연준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염두에 두고 있는 다른 중앙은행이 많은 만큼 한국만 콕 짚어 체결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상설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더라도 원화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연준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일본과 EU 역시 엔화와 유로화 가치 상설 통화스왑 폭락을 겪고 있다.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이후 줄곧 심리적 저항선인 130엔선을 웃돌고 있다. 2002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화 역시 유로당 1.05달러 수준에서 오르내리면서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자는 “지금 원화 약세 현상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상황과는 확연히 다른 상황인 만큼 상설 통화스와프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 중인 엔화나 유로화 가치가 떨어진 것을 보면 원화 약세를 되돌릴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한미 통화스와프라는 안전판이 있으면 좋다”라면서도 “현재 한국 펀더멘탈이 나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를 연장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 다시 체결하면 오히려 한국 상황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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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은·美연준, `상설`에 가까운 통화스와프 라인 만든다

등록 2022-05-19 오전 10:56:30

수정 2022-05-19 오후 8:58:35

최정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와 미국 간에 `상설`에 준하는 통화스와프 개설 논의가 구체화할 전망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위기 상설 통화스왑 때 한시적으로 맺었던 통화스와프처럼 위기 때 일시적으로 불을 끄는 성격과 달리, 필요할 때면 언제든 미국으로부터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9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 합의문(공동 선언문)이 나오면 그 것을 갖고 양국이 구체적으로 논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해하는 선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통화스와프의 상설화에 대해선 “상설을 얘기하는 것은 좀 빠른 것 같다”면서도 “(구체적인 스킴 등이) 앞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전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통화스와프 재개와 관련 “연준은 순수하게 경제적 위기, 심각한 상황에서 스와프라는 용어를 쓴다”며 “취임 10일 만에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한데 그 단어를 쓰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 실질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되는 공동 선언문에는 구체적으로 `통화스와프`라는 단어가 명시되기 보다는 `통화 협력을 강화한다` 정도로 표현한 뒤 정상회담 이후에 연준과 한국은행이 협상 당사자가 돼 구체적인 스와프 라인 개설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위기로 달러 자금이 부족할 때만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어왔다. 그로 인해 통화스와프는 마치 `위기`의 다른 말로 해석됐으나 윤 정부가 추진하는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실질적인 달러 조달 방안’은 기존 프레임과 다른 접근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캐나다, 영국, 유로존, 일본, 스위스 등 5개국은 상설 통화스왑 상설 통화스왑 위기 시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미 달러를 조달받을 수 있는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나라다. 이에 따라 이에 준하는 통화스와프를 맺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지금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통화스와프는 통해 예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정부는 한은과 연준이 맺고 있는 600억달러 한도의 상설 임시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를 확대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FIMA는 팬데믹 위기 당시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에 실패한 신흥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맡기고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으로 마련된 것인데, 위기 때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었던 우리나라로선 크게 필요하지 않은 데다 FIMA는 스와프보다 외화자금 시장 안정효과가 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 말 FIMA 계약 이후 한 번도 자금을 써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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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국 되나. “환율 불안 즉각 해소”

등록 2022-05-21 오후 3:26:10

수정 2022-05-21 오후 3:39:53

김지완 기자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21일 정치권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 논제 가운데 한미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이 올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나라는 캐나다, 영국, 유로존, 일본, 스위스 등 5개 국가 및 권역뿐이다. 대신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쇼크 당시 미국과 기간과 규모를 정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 즉시 달러/원 환율 하락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과거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을 때 효과가 즉각 나타났다”며 “체결과 동시에 1300원에 육박했던 달러/원 환율이 안정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달러 강세에 의한 환율 불안이 문제가 되는 시점”이라며 “무역적자가 누적되면서 달러 수급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화스와프 체결 이슈는 우리 시장에 꽤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원 환율이 안정화되면 국내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들이 돌아오는 등의 연쇄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분석했다. 외국인들은 연초 이후 고금리, 고달러, 고유가 등 ‘3고 불황’에 12조원 어치의 국내 주식을 매도했다. 그 결과, 한때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지분율은 2009년 이후 최저인 30%를 밑돌기도 했다.

그는 “코스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엔 △위험자산 선호현상 △원화 강세(환차익) 등 2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 시장이 메인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업황보단 거시(매크로) 환경이 중요하다”며 한미 상설 통화스와프 효과를 설명했다.

[김박사 진단] 환율 대란과 바이든 방한 그리고 한미 통화스와프

환율이 불안하다. 미국이 인플레를 수습한다며 연이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달러 가치가 치솟고 그 결과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 공포도 상대적 안전 자산인 달러 쏠림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전 세계의 돈이 달러로 이동하면 달러 가치는 치솟고 환율은 더 오르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상설 통화스왑 있다. 우리 기업이 수출을 할 때 환율 상승 폭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그것도 정도 나름이다. 환율이 너무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 원자재 수입가격이 급격하게 올라 아예 물건을 사올 수 없게 될 수 있다. 요즈음 상황이 바로 그렇다.

환율 상승은 또 외국인 자본의 국내 시장 유입을 막는다. 들어와 있던 돈 마저 빠져 나가게 된다. 실제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한 규모는 15조 원을 넘어섰다. 외국인 자본의 이탈은 국내산업의 기반을 흔드는 것은 물론이고 코스피와 코스닥의 폭락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크다. 거시경제의 기반을 통째로 뒤흔들 수도 있다. 원유와 원자재 조달 비용까지 늘어 3월 이후 3개월 연속으로 무역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급격한 긴축에 따른 주변국 화폐가치 하락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이 모두 겪는 현상이지만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원화의 국제 경쟁력이 취약한 한국은 외환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 원유와 원자재 등 수입물가 상설 통화스왑 부담이 커져 국내 인플레이션도 한층 자극하게 된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환율을 방어해야 하는 이유이다.

환율을 방어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외환보유액이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시장에 풀면 그 만큼 환율은 내려가게 된다. 문제는 그 외환보유액이 넉넉하지 않다는 데 있다, 외환보유액이란 한 나라가 일정 시점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외 외환채권의 총액을 말한다. 국가의 지급불능 사태에 대비하고 외환시장 교란 시 환율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의 총액이 바로 외환보유액이다. 여기에는 금과 달러 그리고 엔, 파운드, 유로화 등 글로벌 기축통화 등이 있다.

한 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과 한국은행이 갖고 있는 보유외환, 그리고 국내외 보유금 등으로 구성된다. 총 외환보유고에서 국내 금융기관 해외점포에 예치된 외화자산을 뺀 것이 '가용외환보유액(Usable Reserves)'이다. '외환보유액'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가용외환보유액'을 칭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전월보다 85억1000만달러 줄어든 4493억달러이다.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미국의 연이은 빅스텝 금리인상으로 미국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 기타통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들면서 달러 기준 외환 보유액이 줄었다. 슈퍼 강(强)달러 국면 속에서 원·달러 환율이 뛰자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직접 달러화를 매도한 점도 외환보유액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 정형화된 기준은 물론 없다. 나라마다 상황이 달라 획일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결제은행(BIS) 등의 권고를 참고해 나라마다 적정 외환보유액을 추산하고 있다.

IMF는 연간 수출액의 5%, 시중통화량(M2)의 5%, 유동외채의 30%, 그리고 여기에 외국인 증권 및 기타 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보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는 약 6810억 달러다. 현재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외환보유액(4493억 달러)는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IMF의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ARA)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0.99로 기준에 미달했다. IMF보다 그 기준이 더 엄격한 BIS가 제시한 우리나라 적정 외환보유액은 지금의 약 2배에 달하는 9300억 달러다. BIS 기준으로 그 절반 정도만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IMF나 BIS 등에서 권고하는 적정 수준에 못 미친다.

외환보유액을 늘리리면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에서 흑자를 내야 한다. 문제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에서의 지속적 흑자가 그리 쉽지 않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통화스와프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위기 때 원화를 미국에 맡기고 그만큼의 달러를 빌려오는 제도다. 미국에 '달러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셈이다. 미국과 통화스와프가 이뤄지면 비상 상황에 원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환율로 달러를 빌릴 수 있다. 외환보유고가 추가로 늘어나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그 상징성만으로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크다. 한국은 2008년 300억 달러, 2020년 6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를 넘겼다.

미국은 금융허브 국가인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등과만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나머지 국가와는 위기 때만 한시적으로 맺는다. 지금 한미 동맹은 군사 동맹을 넘어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구축 등 포괄적 경제·안보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간에도 준상설 통화스와프를 못 만들 이유가 없다. 한국의 금융시장 안정성이 강화되는 것은 동맹국인 미국에도 플러스가 될 것이다. 따라서 오는 21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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